“이끼”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작년 이맘때쯤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를 무척이나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이끼>는 30년간 은폐된 한 마을 안에서 ‘파헤치려는 자-류해국’와 ‘덮으려는 자-천용덕’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이끼’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거기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기에 내심 기대했었다. 요즘은 덜하지만, 중학생이었을 때 만하더라도 강우석, 강제규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했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강우석 감독이었다. 더군다나  박해일이 류해국 역을 맡는다고 해서 내 기대치는 더욱더 상승했었다. 드디어 14일, <이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이 끝나자마자 달려가 곧장 표를 끊었다.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평일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끼>의 상영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작만큼 영화도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았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가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왔던 영화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만큼 그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기도 했다. 난 세 가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배우들이 원작의 캐릭터를 잘 입었는지, 영화가 원작처럼 재밌는지, 강우석 감독의 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먼저, 배우들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다. 정재영, 박해일, 허준호, 유해진 등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거나 혼자 튄다거나 그런 점은 없었다. 다만, 영화화되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격이나 사연 등이 줄여지고 바뀌어졌고,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매끄러워 보였던 것이 가까이서 보니 각자 놀고 있는 것 같이 돼버려 아쉬웠다.

 

두 번째, 강우석 감독의 말처럼 <이끼>가 그가 만든 여느 영화들과 다른지 부터 살펴보자.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투캅스>시리즈, <공공의 적>시리즈, <실미도> 등을 볼 때 그의 영화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호감이 가는 영화들이었다. 그런 부분을 잘 살리는 것 또한 강우석 감독의 주특기였다. ‘강우석하면 상업영화, 상업영화하면 강우석’까진 아니더라도 상업성을 빼놓고 그를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이끼>에서는 상업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노력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만약 그가 관객을 많이 끌면 장땡이라는 심보로 <이끼>를 찍었다면 심의에 걸리는 부분을 삭제하고 무난하게 15세 관람가로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끼>의 한 컷 한 컷에 대한 애정을 쏟고, 상업영화로서는 치명적인 세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을 잡았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려냈는가, 그 부분에서는 역시 강우석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는 원작보단 자신의 소신에 충실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되 강우석의 색깔이 곳곳에 드러났다. 영화를 극대화하기 위함일까. 그는 관객의 감정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웅장한 배경음악을 까는 것 같다. 때문에 그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비장함을 넘어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이끼>는 웅장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강우석 감독의 손을 거치며 ‘이끼’는 훨씬 물러져 있었고, 때론 코믹해졌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의 절정으로 가면서 강우석 특유의 웅장함이 묻어났고, 원작 ‘이끼’의 세심함과 카리스마는 옅어지고 말았다. ‘이끼’에 대한 강우석 감독의 해석이 오히려 원작의 껍데기만 빌린 셈이 돼버렸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이끼’를 바탕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 좋아했던 원작이니만큼, 좋아했던 감독이니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봉은진

안녕하세요 봉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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