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생선이 들려주는 미국방랑기

한국산 생선이 들려주는 미국방랑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지음/ (주)문학동네 달 1만 2000원

 

 

1957년 출간된 잭 캐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는 미국 서부를 횡단한 그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 샐과 딘은 일상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들과 길 위에서 소통한다. 그리고 다양한 삶과 풍경, 매혹적인 재즈 리듬과 마주한다. 이 소설이 출간된 후, 당대의 젊은이들은 자유와 낭만을 찾아 길 위로 나섰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김동영이다.

 

그는 MBC FM4U <뮤직 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의 음악작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는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자신을 “때마다 갈아줘야 하는 자동차 소모품처럼 느낀” 그는 예전부터 상상만 하던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에게 여행은 “단지 새로운 곳을 보고 느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함이었다.

 

김동영은 스스로를 생선이라 칭한다. “생선은 절대 눈을 감지 않잖아요. 생선은 눈꺼풀이 없어요. 사실 감지 못하는 게 아니고 감을 수 없는 거죠.” 김동영(이하 생선)은 자신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 여행자금을 마련한다.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 년 동안 머물던 호주에서 익힌 영어 실력과 1950~60년대 미국 작가들의 책에서 외운 문장들을 가지고, 8개월 동안 치열하게 미국을 횡단한다. 물론 서툰 영어 실력만큼 생선은 빠른 속도로 지쳐간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저자 한비야는 현대인에게 더 이상의 여행(travel)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여행이란 관광(tour)에 가깝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생선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무슨 요일인지 중요하지 않은 당신의 게으른 어느 일요일, 모처럼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문득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딴 생각을 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한번 웃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더 여행다운 여행인지 모른다.― 「어쩌면 그게 여행」 글 中

 

한비야의 말처럼 여행이 사라지고 관광만이 남아버렸지만, 모순적이게도 우린 지금 여행 중이다. 생선에게 여행이란 일상 속의 행복이다. 영업시간이 끝날 무렵의 레코드 가게에서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고, 그토록 싫어하던 초코우유를 애타게 찾아 해매기도 한다. 그렇게 생선은 ‘어딘가로 한 발짝씩 옮겨가고 있는 기분을 분명히 느’낀다.

 

여행을 통해 생선은 노트 두 권 가득한 글을 데려왔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물론,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혈기왕성한 20대의 남자가 피해갈 수 없는 은밀한 고통까지. 생선의 여행은 매일이 그만두고 싶을 만큼 고달프다. 생선의 여행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껏 후회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큰소리 뻥뻥 친다. 그 모습이 남일 같지만은 않은 건 우리네와 닮았기 때문이다. 가끔 우린 스스로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면서 틀린 것이 아니라고 우겨댄다. 부정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좋지 않은 모습은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생선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의 부정은 더 나아지려는 부정이기에 도리어 귀엽게 느껴진다.

 

잠들기 전에 생선은 미국의 투자가 워렌 버핏이 한 말을 떠올린다.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생선은 그 가치를 얻었을까? 그 답은 책을 읽어보고 직접 찾아보길.

 

봉은진

안녕하세요 봉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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