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신드롬 – 지금은 유브이 시대!

다음 중 대한민국 넘사벽 캐릭터는 누굴까? 1. 서울대 출신의 꽃미남 가수이자 탤런트, 군대까지 현역으로 갔지만 연기력은 부족한 김정훈. 2. 소설가, 화가, 감독, 가수 어느 하나 못 하는 게 없지만 성과는 좋지 않은 구혜선 3. 그냥 개그맨 유세윤.

웃기다. 그런데 진지하다. 그냥 개그맨 유세윤은 다른 연예인들처럼 직업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삶의 연장선상에서 개그를 하듯, 개그의 연장선상에서 삶을 살듯 대중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그의 미니홈피에서, 시민들의 목격담에서 그는 소나무처럼 올곧게 그만의 개그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비를 제치고 모델이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명동에서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사진촬영을 하지 않나, TV에서 보다 더 웃긴 엽기사진으로 미니홈피를 업데이트 한다. 뮤지라는 인디뮤지션과 함께 앨범을 낸 그는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하기도 했다. 물론, 박명수의 흑채 홈쇼핑을 따라갈 수 없지만  그의 친구들 장동민과 유상무가 활약한 덕에 해당 방송은 레전드가 되었다.

그의 모든 것들은 키치적이다. 유세윤은 키치적이다.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유세윤은 단순한 개그맨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낸시랭보다 더 흡입력이 강한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그는 미니홈피를 통해 “미니홈피”를 하는 사람들을 패러디하고, 쇼핑몰 커버모델을 통해 “쇼핑몰”이 주는 감성 돋는 이미지를 드러내므로써 그것들이 가지는 허상들을 자각하게 해준다. 그의 캐릭터처럼 건방진 입장에서 세상을 조롱한다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이 “유세윤”이라는 건방지고 솔직한, 그러나 그를 통해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UV는 유세윤의 도전이다. 물론 연예계에서 다른 분야를 겸업하는 일은 낯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개그맨이 음악에 도전하는 일은 종종 개그 소재의 확장의 일환으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유세윤은 달랐다. 다른 개그맨들과는 다르게 싱어송라이터로 분하여 앨범을 발매했다. 다소 놀라운 점이라 하면 그간 ‘닥터피쉬’가 활동한 ‘Rock’ 이라는 장르가 아닌 랩과 댄스가 아울린 힙합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 뿐이다.

반항과 일탈이라는 점에 있어서 락과 힙합은 어떤 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랩이라는 세부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송신자, 제작자, 곧 아티스트에게는 유용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계산 때문이 아니라 UV는 자신들의 천재성을 감추려는 의도인지 단순히 “자신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90년대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그들에 대한 헌정의 마음을 담았을 뿐”이라는 겸손한 발언을 남겼다.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 아우르는 아이돌의 멤버로 활동했던 과거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 분명 UV의 음악은 유세윤 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프로듀서이자 UV의 멤버인 뮤지의 손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유세윤이 UV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은 U2가 갖는 의미 이상의 것을 창조한다. 그 어떤 뮤지션도 도전해보지 못하는 가치에 뛰어들어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메시지를 뛰어넘어 사실 그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장르선택 부분에서는 현대음악계에서 그 누구도 선택하지 못하는 90년대식 댄스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대한민국 음악계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다 넓혔다는 의미에서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쿨 하지 못해 미안해’ 앨범에서는 그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서태지를 상기시켰다면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집행유애’는 단연 듀스를 상기시킨다. (혹자는 ‘언타이틀’이라고도 하지만) 듀오라는 점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이번 앨범은 이현도와 김성재의 유령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간 많은 가수들이 듀스를 커버해왔지만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UV처럼 듀스에 가까운 사람들이 없었다. ’999′라는 곡은 ‘영턱스 클럽’, ‘H.O.T’, ‘룰라’ 등 1세대 아이돌 들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단순한 라임 맞추기 식의 랩을 그대로 구현했’구’, ‘R.ef’의 ‘찬란한사랑’ 인트로 부분을 상기시킬 정도로 유세윤의 속사포 랩이 귀를 사로잡는다. ‘Game’은 현대인의 유흥문화와 신세대의 연애에 대한 소재를 담았다는 면에서 ‘DJ doc’의 ‘미녀와 야수’같은 곡이 떠오른다. 유세윤의 뮤즈 강유미가 참가한 ‘쿨한나’는 리드미컬한 레게리듬이 ‘김건모의 핑계’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와 멜로디 면에서 뮤지의 영향력을 느꼈다면 가사 면에서는 단연 유세윤의 재치와 그의 문학성을 느낄 수 있다. 1집 ‘쿨 하지 못해 미안해’는 ‘쿨 함’을 미덕으로 삼는 현대사회와 연애관계에 대한 반항을 담았고, 2집 ‘집행유애’는 ‘집행유예’라는 형벌에서 이름을 따와 잘못을 해도 용서하고 지켜보게 되는 ‘사랑은 집행유예’라는 의미에서 ‘사랑애’자를 써서 ‘집행유애’라는 제목을 따왔다.

그들의 음악은 모두 사랑노래라는 점에서 다른 음악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사랑의 메타포는 2000년대 한국음악에 결여되었던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90년대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선택했다는 90년대 댄스장르는 2000년대 한국음악에 대한 반성을 가져다줬다. 장르 뿐 아니라 그들이 담고 있는 9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의 가사는 10년 뒤 바라볼 지금을 상상하게 만든다.

제 2의 UV가 나타나 2000년대 음악을 한 장르로 표현했을 때 음악이 지니는 소울도 없는 이런 음악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들은 “사랑은 집행유애” 라는 말 대신

“뽀삐뽀삐뽀삐뽀삐 노바디 노바디 쏘리쏘리쏘리 링딩동 링딩동 리기디기디기 링딩동 지지지지.”

라고 노래하지 않을까?

그때는 정말 집행유애 하지 말고 “UV가 너희들을 심판”해줬으면 좋겠다.

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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